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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찮습니다
- URL: https://tonggwa.life/its-okay/
- Published: 2026-10-11T23:00:04.000Z
- Updated: 2026-10-11T23:00:04.000Z
- Description: 사업 실패와 자금 난 속에서 고개를 숙였을 때, 그가 건넨 것은 추궁이 아닌 "마음고생 많으셨다"는 위로였습니다. 호의와 도움 앞에서 내가 진짜 거절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 Author: 올곧 이정
- Tags: 알아차림, 몸의신호, 삶의 방황

전화기를 들었습니다.

이름을 찾아놓고 한참 동안 창밖을 바라봤습니다. 밖에서는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고 있었습니다.

계획했던 사업들은 잇따라 실패했습니다. 시간과 돈은 들어갔지만 매출은 생기지 않았습니다. 받기로 한 날, 입금 알림은 울리지 않았습니다. 예상했던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돈을 지급하기로 약속한 날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여기저기 방법을 찾아다녔지만 돈을 마련할 길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약속한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가슴이 조여왔습니다.

이제는 그 사람에게 사실을 이야기해야 했습니다.

전화기를 내려놓았습니다.

다시 들었습니다.

몇 번을 그러다 눈을 질끈 감고 통화 버튼을 눌렀습니다.

몇 번의 신호음 끝에 전화가 연결됐습니다. 차마 전화로는 말할 수 없었습니다. 저녁 식사를 함께하자고 했습니다.

식당 안은 따뜻했습니다. 다른 테이블에서는 웃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마주 앉아 나는 약속한 날짜까지 돈을 지급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눈앞의 안주를 내려다보았습니다. 그동안 회사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왜 돈을 마련하지 못했는지 설명했습니다. 변명처럼 들리지 않도록 되도록 담담하게 이야기하려 했습니다.

말을 마치고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의 대답을 기다렸습니다.

"마음고생 많이 하셨겠네요."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습니다. 몸이 뒤로 살짝 젖혀졌습니다.

나는 돈 이야기를 했는데, 그 사람은 내 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그가 소주잔을 내밀었습니다. 잔을 가볍게 부딪치고 함께 마셨습니다.

"정리되는 대로 알려주세요."

그는 안주를 집으며 말했습니다.

목이 뜨거워졌습니다.

잠시 뒤 그가 내 잔에 소주를 따르며 물었습니다.

"제가 조금 도와드릴까요?"

이번에는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사실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얼마나 필요한지, 왜 필요한지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괜찮습니다. 이걸로 충분합니다."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고맙다고도 했습니다.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습니다.

식당 밖으로 나오니 밤공기가 차가웠습니다.

내가 거절한 것은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