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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키
- URL: https://tonggwa.life/jeonjaki/
- Published: 2026-10-25T23:00:00.000Z
- Updated: 2026-10-25T23:00:00.000Z
- Description: 사무실을 떠나 집에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유로워진 시간 속에서 문득 갈 곳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갈 곳이 없다는 것과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같은 말일까요.
- Author: 올곧 이정
- Tags: 받아들임, 알아차림, 에세이

텅 빈 사무실을 한 번 둘러봤습니다.  
문을 닫고 전자키에 손을 댔습니다.  
띠리링.  
마지막으로 문이 잠겼습니다.

어느 날 맞은편 사무실이 식당으로 바뀌었습니다.

식당을 향하는 손님들의 발소리와 말소리, 식기 부딪히는 소리, 복도에 가득 찬 음식 냄새  
이런 것들이 일을 방해했습니다. 나는 사무실을 옮겨야 했습니다.

사무실을 찾던 중 주변에서 집에 혼자 있는데 굳이 사무실을 낼 필요가 있냐고 했습니다.  
맞는 말 같았습니다.  
작은 공유 오피스로 회사를 옮겼습니다.  
일은 주로 집에서 했습니다.

처음에는 좋았습니다.  
일어나서 준비할 것도 없이 바로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커튼을 걷어 햇빛을 맞이하고 토스트 한 조각과 커피 한 잔을 들고 책상 앞에 앉으면 일할 준비가 끝났습니다.  
점심 메뉴 고민도 없어졌습니다.  
사무실로 찾아오던 사람들이 줄어들어 좋았습니다.  
시간에 여유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공기는 천천히 자유에서 정적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집 안은 편안하고 조용했습니다.  
옷도 신발도 옷장과 신발장에서 나올 일이 없었습니다.  
나도 그랬습니다.

문득 창밖을 보니 구름도 차도 모두 어디론가 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갈 곳이 없어졌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는 하루를 다시 짜야 했습니다.  
일부러 밖으로 나갈 일도 만들어 봅니다.  
하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습니다.

갈 곳이 없다는 것과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같은 말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