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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이 먼저 말한다
- URL: https://tonggwa.life/momi-meonjeo-malhanda-2/
- Published: 2026-08-30T23:00:23.000Z
- Updated: 2026-08-30T23:00:23.000Z
- Description: 어른 앞에서 자꾸 움츠러드는 몸에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남아 있다. 이제는 그 오래된 손을 알아차리고, 웃으며 살며시 내려놓는다.
- Author: 올곧 이정
- Tags: 에세이, 알아차림, 몸의신호

어릴 때 나는 마치 튀는 공 같았다고 합니다.

가만있지 못하고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아이. 어머니 말로는 그랬습니다. 어디로 튈지 몰라서, 나를 데리고 나갈 때마다 마음을 놓지 못하셨다고.

백화점에서 어머니가 옷을 고를 때 나는 마네킹 다리 사이를 기어다녔습니다. 어머니가 구경하던 옷을 들고 점원과 뛰어오던 장면이 기억납니다.

어릴 때 집에서 사라진 것도 두 번이나 됩니다. 그때마다 온 동네가 뒤집혔고, 어머니는 억장이 내려앉았다고 하셨습니다. 할머니는 긴 작대기로 동네 재래식 화장실을 뒤졌다고도 하더군요.

그래서 나는 어디를 갈 때면 늘 먼저 듣는 말이 있었습니다.

이러면 안 된다.  
저러면 안 된다.

나는 그 말들과 함께 컸습니다. 그 말들은 몸에 스며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크면서 나는 어른 눈치를 보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나이 많은 사람, 직급 높은 사람, 방에서 제일 위에 있는 사람. 그런 사람 앞에 서면 몸이 저절로 움츠러들었습니다. 눈치를 보았습니다.

조금 달라진 것은 회사를 차리고 나서였던 것 같습니다.

대표가 되어 직원을 뽑는 자리에 앉으면서, 나는 반대편에서 내 모습을 보곤 했습니다. 유난히 몸을 웅크리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그럴 필요 없는데.

그 친구들이 나한테 그렇게까지 움츠러들 이유가 없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온화하게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그렇게 가끔 내 모습이 보여 이마를 긁고는 했습니다.

지금도 나보다 나이가 많거나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 앞에 서면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몸이 움츠러들려고 하고, 하려던 말을 삼키려 합니다.

불편하다.

예전에는 거기까지였습니다.

요즘은 그걸 알아차리고 싱긋 웃으며 말을 꺼냅니다.

몸은 여전히 나의 작은 어깨를 붙잡고 있던 어머니의 손을 기억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러면 안 된다.  
저러면 안 된다.

하지만 이제는 웃으며 기억 속의 그 손을 쓰다듬습니다.  
그리고 살며시 내려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