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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 URL: https://tonggwa.life/mun/
- Published: 2026-08-16T23:00:35.000Z
- Updated: 2026-08-16T23:00:35.000Z
- Description: 사람 사이의 경계는 차가운 벽이 아니라, 필요할 때 열고 닫을 수 있는 문인지도 모릅니다. 관계에서 상처를 지나 비로소 배운 ‘내 문고리를 잡는 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Author: 올곧 이정
- Tags: 관계, 경계

한때, 한꺼번에 가까워진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 그리고 그 친구의 아는 형, 또 그 형이 아는 동생들까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르르 연결되었습니다.  
순식간에 친해졌고 서로의 집을 드나드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명절이면 서로의 부모님과 아이들까지 챙겼습니다. 집으로 초대해 술상을 차렸습니다. 우리들 사이에 문턱 같은 건 없었습니다.

나는 그 시절이 참 좋았습니다. 이게 사람 사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같은 시기, 오래 만나온 다른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들과도 가끔 어울렸지만, 결이 달랐습니다. 아무리 친해져도 선을 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나 역시 그들의 경계를 함부로 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그때는 그 사람들이 조금 차갑고 정이 없어 보였습니다.

시간이 흘렀습니다.

문턱 없이 지내던 사람들과의 관계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기대도 서운함도 마음대로 드나들었습니다. 그들의 기대는 섭섭함을 만들었고, 시간이 지나자 나를 향한 비난이 되었습니다. 그 비난은 소문이 되어 돌아다녔습니다. 그렇게 끝날 때는 서늘한 상처와 원망이 남았습니다.

정 없어 보이던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내가 흔들릴 때 그들은 과한 감정 없이 담담하게 내가 서 있는 곳을 지켜주었습니다. 이상하게도 선을 그어두던 그들의 담담함이, 상처로 비틀거리던 나에게 기둥이 되어주었습니다.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문턱 없이 다 열어주던 사람들도 나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우리는 문이 없었을 뿐입니다. 문이 없으니, 어디까지가 내 마음이고, 어디부터가 상대의 마음인지 흐려져 있었습니다.

문이 열려 있었던 게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내가 그 문을 여닫을 줄 몰랐을 뿐입니다.

문은 벽과 달랐습니다.  
열 수도 있고, 닫을 수도 있었습니다. 때로는 조금만 열어둔 채 기다릴 수도 있었습니다.

정 없어 보이던 그 사람들은 차가웠던 게 아니었습니다.  
그저 자기 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요즘도 나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기쁘게 커뮤니티 사람들을 만납니다.

다만 하나가 늘었습니다.

이 사람은, 문을 가진 사람인가.

그리고 그 질문은 늘 나에게 먼저 돌아옵니다.

나는 지금, 내 문고리를 잡고 있는가.

> 다음 이야기는 '문고리를 잡는 것의 의미'를 통해 스스로 어떻게 조절해왔는지를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