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이의 경계는 차가운 벽이 아니라, 필요할 때 열고 닫을 수 있는 문인지도 모릅니다. 관계에서 상처를 지나 비로소 배운 ‘내 문고리를 잡는 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두운 문이 살짝 열려 틈 사이로 따뜻한 빛이 새어 나오고, 검은 문고리가 보이는 모습.
문은 열 수도, 닫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내 손으로 문고리를 잡는 일입니다.

한때, 한꺼번에 가까워진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 그리고 그 친구의 아는 형, 또 그 형이 아는 동생들까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르르 연결되었습니다.
순식간에 친해졌고 서로의 집을 드나드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명절이면 서로의 부모님과 아이들까지 챙겼습니다. 집으로 초대해 술상을 차렸습니다. 우리들 사이에 문턱 같은 건 없었습니다.

나는 그 시절이 참 좋았습니다. 이게 사람 사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같은 시기, 오래 만나온 다른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들과도 가끔 어울렸지만, 결이 달랐습니다. 아무리 친해져도 선을 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나 역시 그들의 경계를 함부로 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그때는 그 사람들이 조금 차갑고 정이 없어 보였습니다.

시간이 흘렀습니다.

문턱 없이 지내던 사람들과의 관계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기대도 서운함도 마음대로 드나들었습니다. 그들의 기대는 섭섭함을 만들었고, 시간이 지나자 나를 향한 비난이 되었습니다. 그 비난은 소문이 되어 돌아다녔습니다. 그렇게 끝날 때는 서늘한 상처와 원망이 남았습니다.

정 없어 보이던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내가 흔들릴 때 그들은 과한 감정 없이 담담하게 내가 서 있는 곳을 지켜주었습니다. 이상하게도 선을 그어두던 그들의 담담함이, 상처로 비틀거리던 나에게 기둥이 되어주었습니다.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문턱 없이 다 열어주던 사람들도 나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우리는 문이 없었을 뿐입니다. 문이 없으니, 어디까지가 내 마음이고, 어디부터가 상대의 마음인지 흐려져 있었습니다.

문이 열려 있었던 게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내가 그 문을 여닫을 줄 몰랐을 뿐입니다.

문은 벽과 달랐습니다.
열 수도 있고, 닫을 수도 있었습니다. 때로는 조금만 열어둔 채 기다릴 수도 있었습니다.

정 없어 보이던 그 사람들은 차가웠던 게 아니었습니다.
그저 자기 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요즘도 나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기쁘게 커뮤니티 사람들을 만납니다.

다만 하나가 늘었습니다.

이 사람은, 문을 가진 사람인가.

그리고 그 질문은 늘 나에게 먼저 돌아옵니다.

나는 지금, 내 문고리를 잡고 있는가.

다음 이야기는 '문고리를 잡는 것의 의미'를 통해 스스로 어떻게 조절해왔는지를 다룹니다.

함께 통과합시다

매주 월요일, 통과 편지를 보냅니다. 지금 어떤 시간을 지나고 있든, 함께 통과하는 보이지 않는 동료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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