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이 된 사람

듣기만 하던 전화 한 통에서 시작된 거리두기. 소진될까 두려워 나를 지키려 했던 선택이 정말 나를 지킨 일이었는지, 그 경계선 위에 남아 있는 확신하지 못한 마음에 관한 기록

황량한 들판 한가운데 서로 약간 비스듬히 떨어져 서 있는 두 개의 오래된 나무 의자
소진될까 두려워 만든 거리, 그곳에 남은 두 의자

전화가 울렸습니다.

받으니, 별일은 아니었습니다. 오늘 있었던 일, 자기 생각들, 그냥 하루를 들려주는 전화였습니다. 나는 듣고, 몇 마디만 보탰습니다. 통화는 삼십 분 넘게 이어졌지만, 내 안부를 묻는 말은 없었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이상한 무게가 남았습니다.

그 사람이 나를 편하게 여기는 건 알았습니다. 그런데 나는 그 편안함이 반갑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두려웠습니다.

이 자리,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누군가의 하루를 다 듣고도, 내 하루는 한 번도 묻지 않는 자리. 예전에 그 자리에 있다가, 텅 빈 채로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날 밤 혼자 생각했습니다.

이 사람이 나에게 원하는 게 무엇일까. 함께 있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그저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던 걸까.

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에게 묻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신 나는 혼자 결론을 냈습니다.

또 그 자리군. 

다음 전화부터 나는 짧게 받았습니다. 중간에 말을 자르고 바쁘다고 했습니다. 몇 번 그러자, 전화가 줄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라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며칠은 마음이 편했습니다. 그런데 그 편함 밑에, 설명할 수 없는 서늘함이 남아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가끔 그 사람 생각이 났습니다. 

한 번 먼저 전화를 걸었습니다. 우리는 안부 몇 마디를 나누고 어색하게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 사람이 정말 나를 편한 상대로만 여겼는지, 다른 마음이 있었는지는 지금도 모릅니다.

소진될까 두려워, 확인하기도 전에 물러났기 때문입니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때 한 번만 물었더라면. 

뭐가 됐든, 알 수 있었을 텐데.

어쩌면 나는 나 혼자 비어 버리는 것을 막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 어쩌면 진짜였을지도 모르는 마음 하나에서, 나는 너무 일찍 물러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나는 여전히 어느 쪽이었는지 모릅니다.

나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정말 나를 지킨 일이었는지는, 

끝내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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