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고리

끌림과 두려움 사이에서, 관계의 문을 언제 얼마나 열지 스스로 선택하는 마음에 관하여.

끌림에 휩쓸리지도, 두려움에 도망치지도 않고 관계의 문고리를 쥔 채 자신의 마음을 바라본 이야기.
나는 문고리를 쥐고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마음이 끌렸습니다.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데, 측은한 마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이 사람에게 내가 중요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아니, 그렇게 되고 싶었습니다.

익숙한 느낌이었습니다. 벌써 마음속에 경광등이 켜졌습니다.

그럼에도 상대도 나도 흐린 곳으로 빠르게 흘러 들어갔습니다. 그 사람에게도 흐린 곳이 있다는 것을, 나에게도 흐린 곳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서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그 사람이 숨기고 있는 것이 있다는 것도 오래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걸 몰랐다면, 어쩌면 서로가 관계에 흐려도 괜찮았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돌아보면 내 앞에 나타나는 사람들은 매번 그런 식이었습니다. 처음엔 그들을 탓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게 봅니다. 그들이 어떤 사람이었는지와 상관없이, 그들을 불러들인 사람은 나였습니다.

나는 마음속으로 그 사람을 몇 번이나 잡았다 놓았습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길의 끝이 어떤지는 자명해 보였습니다.

나는 좋은 이야기로 마지막을 정리하려 했습니다. 상대는 어떠했는지 모릅니다. 알고 싶었지만 알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 뒤로 넘어가는 시간이 아팠습니다. 다시 연락해 볼까, 몇 번을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 돌아가는 대신, 나를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내 마음이 어디로 흘러가려 하는지 가만히 지켜보았습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에 조금씩 안정이 생겼습니다.

그제야 보였습니다.

그 사람이 떠난 자리보다, 내 안의 빈자리가 더 아팠다는 것을.

그 빈자리가 내 등을 계속 떠밀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다를지도 모른다고.
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될지도 모른다고.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문 앞에 조금 더 오래 서 있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멈추었습니다.

멈춘다는 것이 도망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멈추는 것이 옳았다는 뜻도 아닙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내가 옳았는지는 모릅니다.

그 사람과 조금 더 걸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지금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나는 문고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두려움 때문에 도망치듯 문을 닫지도 않았고, 끌린다는 이유만으로 문을 활짝 열지도 않았습니다.

언제 열지, 얼마나 열지 정하는 것도 사랑의 한 방식이라는 것을 것을 이제는 압니다.

당신에게도 그런 문이 있습니까.

그리고

그 문의 문고리를 잡고 있습니까.

다음 이야기는 ‘몸이 먼저 말하는 순간’을 통해 어린 시절의 기억이 지금의 나를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다룹니다.

함께 통과합시다

매주 월요일, 통과 편지를 보냅니다. 지금 어떤 시간을 지나고 있든, 함께 통과하는 보이지 않는 동료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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