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자리

우리는 같은 사람을 반복해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내면의 자리를 반복해서 만납니다. 관계 속에서 되풀이되는 패턴의 의미와 그것을 통과하는 과정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서로 손을 맞잡은 두 사람의 모습. 반복되는 관계와 내면의 그림자를 통과하는 과정을 상징하는 이미지.
반복되는 관계에는 아직 통과하지 못한 내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나눴습니다.

한 사람이 내 앞에 앉아 있었을 뿐이었고 인사를 나눴을 뿐입니다.
처음 보는 얼굴. 이름도, 사정도 모르는 사람. 그런데 그 사람이 웃는 순간, 이유 없이 마음 한쪽이 저렸습니다.

짠한 마음이었습니다.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그는 잘 살고 있었습니다. 옷도 단정했고, 말도 밝았고, 부족한 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데도 나는 그 사람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아, 이 사람과 오래 보겠구나.'

그 예감은 이상할 만큼 자주 맞았습니다.

처음에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다가갔습니다. 내가 가진 것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함께 있으면 괜찮아질 거라 믿었고, 도울 수 있다면 돕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늘 같은 자리에 같은 내가 서 있었습니다.

지친 나.

소진된 나.

비판받는 나.

사람은 매번 달랐습니다. 그런데 내가 선 자리는 한 번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다가갔고, 같은 방식으로 무너졌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또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처음엔 외면했습니다.
보지 않으면 없는 일이 될 줄 알았습니다.

그다음엔 견뎠습니다.
이 악물고 버티면 지나갈 줄 알았습니다.

그다음에는 이해하려 했습니다.
심리를 공부하고, 이름을 붙이고, 이유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피한 것도, 버틴 것도, 이해한 것도 결국은 다시 찾아왔습니다.

한동안 나는 그것을 운명이라 불렀습니다. 어떤 날은 카르마라고 했고, 어떤 날은 잘못된 인연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렇게 이름을 붙이면 적어도 내 책임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여러 번 같은 자리에 서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같은 일이 사람만 바꿔 계속 찾아온다면, 그것은 바깥에서 오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내 안에서 끝나지 않은 무언가였습니다. 그 자리를 통과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한 가지를 인정하는 일이었습니다.

그 연민이 사실은 그 사람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

내가 짠해한 것은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 안에서 발견한 나였습니다.

누군가를 구해주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한 번도 구원받지 못했던 내 안의 한 부분이,
그 사람의 얼굴을 빌려 다시 나타났던 것이었습니다.

그걸 알아차리는 데 오래 걸렸습니다.
알고 나서도 통과하기까지는 더 오래 걸렸습니다.

그 시간은 슬펐습니다. 아팠습니다.

설명한다고 지나가지 않았습니다.
분석한다고 끝나지도 않았습니다.

그 슬픔 속에 머물렀습니다. 피하지 않았고, 억지로 긍정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동안 붙잡고 있던 구원받고 싶은 마음, 누군가를 구해야 한다는 마음을 내려놓았습니다.
그 아픔의 의미를 받아들이고, 감사하며, 천천히 흘려보냈습니다.

그렇게 그 그림자는 더 이상 나를 같은 자리로 이끌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사람을 만나면 연민이 올라올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 자리로 미끄러지지는 않습니다.
가슴이 기울어도 발은 따라가지 않습니다. 무언가 하나가 조용히 끝난 것입니다.

통과는 상처가 사라지는 일이 아닙니다. 그 상처가 더 이상 내 삶의 방향을 결정하지 못하게 되는, 그 순간입니다.

우리 안에는 저마다 반복되는 무늬가 있습니다. 자꾸 같은 자리로 돌아가게 만드는 힘.

카르마라 부르든, 무의식이라 부르든,

이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무늬는 우리를 벌하기 위해 찾아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끝내 통과하기를 기다리며 찾아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나에게,

이번에는 끝내자며 보내는 마지막 초대였습니다.

누구에게나 반복되는 자리가 있습니다.

지금 당신은 그 자리에서 무엇을 하고 계신가요.

피하고 계신가요.
버티고 계신가요.
이해하려 애쓰고 계신가요.

아니면,

통과하고 계신가요.

오늘 당신의 마음이 가장 크게 기울었던 사람은 누구였나요.

잠시 그 사람을 떠올려 보세요.

그 사람을 통해, 내 안의 무엇이 나를 부르고 있었을까요?

함께 통과합시다

매주 월요일, 통과 편지를 보냅니다. 지금 어떤 시간을 지나고 있든, 함께 통과하는 보이지 않는 동료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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