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화살

이별은 피할 수 없는 첫 번째 화살입니다. 하지만 상대의 마음을 짐작하며 스스로에게 쏘는 두 번째 화살은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관계와 상실 이후의 회복에 대한 이야기.

안개 낀 호숫가 벤치에 홀로 앉은 사람. 이별과 상실 이후 스스로에게 쏘는 '두 번째 화살'을 상징하는 이미지.
첫 번째 화살은 피할 수 없지만, 두 번째 화살은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헤어짐이란 사건은 이미 지나갔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일어날 일이 일어났고, 나는 그것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사건은 끝났는데, 고통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헤어지고 난 후, 나는 매일 그 사람의 마음을 어림짐작했습니다. 인터넷을 뒤지고 책을 찾아가며, 그 마음을 분석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생각했습니다. '지금 그 사람은 나를 생각할 것이다.' 낮에는 짐작했습니다. '지금쯤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저녁에는 뒤집혔습니다. '아니,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살고 있을 것이다.'

그 짐작들이, 내 안에 감정을 만들었습니다.

연민이 일어났습니다. 미움이 일어났습니다. 그리움이 일어났고, 다시 포기가, 다시 희망이 일어났습니다.

그러다 알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은, 너무도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잘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우연히 전해 들은 그 사람의 근황.
그동안 내가 했던 짐작이 모두 헛것이었음을, 그제야 알았습니다. 서로 관계의 무게가 달랐던 것입니다. 나만 혼자, 왠지 손해 본 기분이었습니다.

문득 부처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두 번째 화살을 맞지 마라.'

첫 번째 화살은 밖에서 날아옵니다. 사건, 상실, 헤어짐. 이미 일어나 버린 일이고, 우리가 선택한 것도 아닙니다.

두 번째 화살은 다릅니다. 그것은 내가, 나에게 쏘는 화살입니다. 나는 매일 그 화살을 쏘고 있었습니다.

내 감정을 정직하게 들여다보니, 그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든 것이었습니다. 그 사람의 마음이 이러하리라 짐작한 그 짐작이, 내 안에 매일 새로운 감정을 지어내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깊이 안다고 믿습니다. 오래 만났으니까, 깊이 사랑했으니까.

그러나 정직하게 보면, 우리는 그 사람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을 뿐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지금 무엇을 느끼는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무리 깊이 만났어도, 끝내 알 수 없는 영역입니다.

그런데도 안다고 믿고, 그 믿음 위에서 매일 화살을 쏩니다.

결국 나를 흔든 것은 그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 사람에 대한 나의 짐작이었습니다.

첫 번째 화살은 한 번 맞고 끝납니다. 그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뭅니다. 그런데 두 번째 화살은 매일 새로 박혔습니다. 첫 상처가 아물려 하면 짐작이 또 하나를 쏘았습니다. 스스로에게 화살을 쏘며 과거의 후회, 현재의 예측, 미래의 불안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래서 아물 새가 없었습니다.

관계의 통과가 그토록 오래 걸린 이유가, 거기 있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나와 같지는 않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짐작으로, 누군가는 분노로, 누군가는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려 마음을 닫는 것으로 자기를 쏠지도 모릅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다만 어떤 모양이든, 그곳에 머무르는 것은 통과가 아니라 정체입니다. 화살의 모양은 저마다 달라도, 그것이 밖에서 온 첫 번째 화살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더하는 것이라는 점은 다르지 않습니다.

나는 시선을 돌렸습니다.

그 사람의 마음을 짐작하려는 나를 발견할 때마다 잠시 멈추고, 시선을 그에게서 거두어 내 안으로 돌렸습니다.

그러자 보이지 않던 것이 보였습니다.

그 사람을 짐작하는 동안, 정작 내 마음은 한 번도 돌봐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타인을 향한 그 모든 에너지가, 나를 돌볼 힘을 빼앗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제야 진짜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왜 그 사람에게 끌렸는가.

내 안의 무엇이 그 관계에서 깨어났는가.

나는 왜 자꾸 비슷한 사람에게로 가는가.

이 질문들이, 통과의 진짜 자료였습니다. 그 사람을 짐작하던 시간에는 한 번도 물을 수 없던 것들이었습니다.

그 사람이 지금 어떤지는 내가 알 수 없고, 알 필요도 없는 영역입니다. 그것은 그 사람의 길이고, 그가 통과할 몫이니까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 마음으로 돌아오는 일뿐이었습니다.

이제는 그 사람의 마음을 짐작하는 나를 발견하면, 가만히 말합니다.

"나는 그 사람의 마음을 모른다. 그것은 그 사람의 몫이다. 지금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을, 본다."

처음에는 어려웠습니다. 짐작은 자동으로 일어났으니까요. 그러나 멈출 때마다, 시선이 조금씩 나에게로 돌아왔습니다.

첫 번째 화살은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화살은,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은, 누군가의 마음을 짐작하고 있나요. 그 짐작이 만들어낸 감정에, 매일 흔들리고 있지는 않나요.

그것은 그 사람이 쏜 화살일까요. 아니면, 당신이 당신에게 쏘고 있는 두 번째 화살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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